10: 믹멜 part1

13월의 문: Adult
2024.03.04

 “미홀.”

  까만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홀이 귀갓길 저녁에 자신의 집 문 앞에서 아무런 언질 없이 만날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상대의 목소리였다. 그야 멜리나는 그가 먼저 찾아가거나 부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니까. 더구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멜?”

  의아한 목소리로 되묻자 그제야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반들반들한 청록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예감이 들던 미홀은 확신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멜리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짚이는 구석은 하나뿐인데…….

  “어떡해? 문을…… 부술 수가 없어.”

  미홀의 추측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멜리나가 급기야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멜리나는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대뜸 눈물부터 쏟을 리가 없었다. 우는 애를 거실에 들여놓고 불을 켜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에 까만 그을음이 묻어있었다. 점점 더 알 수 없어졌지만 일단 멜리나를 소파에 앉혀두고, 부엌으로 들어가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현관 앞에서 몇 마디 물어보았을 때는 당최 사정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 대답할 뿐이어서, 일단은 진정부터 시켜야 말이 통할 거 같았다.

  “자, 마셔.”

  미홀이 따듯한 캐모마일 차를 멜리나의 앞에 놓아주며 맞은편에 앉았다. 조그맣게 고맙다고 대답하는 멜리나는 적어도 아까보다는 진정되어 보였다. 여전히 눈이 축축했고 이따금 코를 훌쩍였지만 더는 울지 않았다.

잠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내버려두던 미홀이 이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번엔 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봐.”

  “…….”

  멜리나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듯 찻잔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그러나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고, 곧 또박또박 말했다.

  “정원의 도서관에서 문에 관한 비밀을 찾아냈어.”

  “뭐? 진짜?”

  미홀이 놀란 듯 되물었다. 멜리나는 되묻는 말에 대답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말을 이었다.

  “문 너머의 세계는 멸망을 피하고자 만든 거였어. 수백 년도 전에 누군가가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걸 예언했고, 그걸 막을 순 없더라도 멸망을 모면하려고 만들었대. 그러니까 그 세계는 세상이 멸망해도 남아있을 거야.”

  “그러면…….”

  멜리나는 미홀의 말을 끊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문을 부수면 멸망을 유예할 수 있대. 몇 년이라도 미룰 수 있대. 그래서 부수려고 했는데, 그런데 안 돼.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는데도 안 돼. 어떡하지?” 

  말을 끝마치는 목소리는 어느새 가늘게 떨고 있었다.

  “다 해봤다고? 그런데 안 부서져?”

  “응.”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내가 해볼게.”

  멜리나는 그 앞에서 수십 번도 넘게 마법 주문을 외쳤다. 자기가 아는 모든 마법을 전부 사용했다. 참을 수 없는 기분에 북받쳐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뛰쳐나올 때까지 계속했다. 그렇게 해도 결국 부술 수 없었다.

  미홀의 마법 실력은 뻔했다. 멜리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안다. 멜리나가 못했던 걸 미홀이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넌 좀…… 괜찮냐?”

  그렇지만 멜리나는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13월의 문: Adult'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 첸로이 part1  (0) 2024.03.04
10: 믹멜 part2  (0) 2024.03.04
09: 이에디  (0) 2024.03.04
04: HoneyDD  (0) 2024.03.04
02: DaEshie  (0)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