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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봄
2023 『13월의 문』 합작 글 기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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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문

Latest Posts

14: 첸로이 part2

13월의 문: Adult
2024.03.04
차라리 사랑받지 않았다면 좋았을지도 몰라. 잠들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걱정과 불안의 밤이 지나가고 나면 아침에는 눈을 떴다. 그러면 쉴새 없이 해야하는 일들이 밀어닥쳐 왔다. 클로이는 차라리 그 편을 좋아했다. 성실한 것은 헬가가 공인한 그의 장점이었으므로. 오늘 눈을 뜨면 또 새로운 날이다. 그 사실이 클로이를 안도하게 했다. 밤 사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음 날이 왔다는 사실이. 어제가 오늘이 오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러나 가끔은 지치는 날이 왔다.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가 끝내는 사람의 마음 한구석까지 얼리는 날이 오는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순간은 꼭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는, 눈 앞에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그래서 클로이는..

14: 첸로이 part1

13월의 문: Adult
2024.03.04
망명 시간이 흘렀다. 10여 년.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이 시대의 끝자락을 말한다고 한다. 세상은 이미 멸망을 향하고 있다. 죽은 땅에서는 까마귀가 울고, 눈물조차 얼어붙어 흐르지 않는 강은 세계의 대부분이라고 하던가.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살고, 생을 갈구하고 있으나 언제 모두가 죽음을 맞이할지 모를 일이다. 생은 살아가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그저 죽어가는 일밖에 되지 못한다. 선율은 언제나 저를 감싼다. 멸망의 땅에서 음악을 향유하는 삶이란 사치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예술을 즐기는 이들이기에 사람인 것이다. 저 또한 이를 알고 좋아하는 것을 행하기에 무어라 할 수 없을 터. 음악 속에서 둘러싸여 사는 삶은 나쁘지 않았다. 저가 선택한 삶에 어찌 불만을 토로..

10: 믹멜 part2

13월의 문: Adult
2024.03.04
미홀은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수천 번도 더 불러낸 문이었다. 문은 열고자 하면 언제 어디서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주문도, 지팡이도, 심지어는 벽조차 없어도 문은 나타났다. 그가, 혹은 멜리나가 원하기만 한다면. 미홀은 버려진 공터 한가운데에 익숙한 손짓으로 문을 그려냈다. 멜리나는 미홀의 등 뒤에서 말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미홀이 별다른 부연 없이 밖으로 나가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너도 좀 깨 먹어 본 거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발갛게 부어오른 눈이 쓰린지 눈을 깜박이던 멜리나가 미간을 찡그렸다. 미홀은 일부러 짓궂은 목소리를 냈다. “문 부수려고 아무 데나 불러내 봤다가 괜히 엄한 다른 물건만 작살낸 거 아니냐고.” “…….” 멜리나의 말문이 막힌 것은..

10: 믹멜 part1

13월의 문: Adult
2024.03.04
“미홀.” 까만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홀이 귀갓길 저녁에 자신의 집 문 앞에서 아무런 언질 없이 만날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상대의 목소리였다. 그야 멜리나는 그가 먼저 찾아가거나 부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니까. 더구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멜?” 의아한 목소리로 되묻자 그제야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반들반들한 청록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예감이 들던 미홀은 확신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멜리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짚이는 구석은 하나뿐인데……. “어떡해? 문을…… 부술 수가 없어.” 미홀의 추측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멜리나가 급기야 눈물을 뚝뚝 흘..

09: 이에디

13월의 문: Adult
2024.03.04
에디 엘레이 경에게. 우리가 이걸 평생 붙잡고 있을 수는 없겠지. 그 말에 네가 해준 답을 그동안 계속 되새겼단다. 사실 우린 진작부터 답을 알고 있었잖아요. 모르는 척했을 뿐이지. 에드나. 나는 말이야, 가능한 한 오래도록 그 동화 같은 세계에 숨어있고 싶었다. 너와 나만 아는 여름. 우리가 독점한 도서관. 저 파란 풀과 책들!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석이지 않았니. 너도 나와 같은 결의 사고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함께 그 책을 읽고도 몇 년을 맴돌았던 거겠지. 언젠가 네가 우리는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것 같다고 했었던 것을 기억하니. 나도 동의해. 하지만 우리에게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 에드나, 나는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오래도록 결정을 미루고 싶었다. 세상 모든 일을 다 모..

04: HoneyDD

13월의 문: Adult
2024.03.04
"네가 그 약속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디디." "다프네. 다프네라고 불러." 울음기 섞인 다프네의 목소리 끝이 형편없이 떨렸다. 목소리에 울음을 실어보내지 않기 위해 다프네는 한참이나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허니밴디는 다프네가 원하는 것이 '괜찮은 척'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구태여 대화에 끼어든 침묵을 대신 채우려 들지 않았다. 그저 다프네의 눈과 코끝이 붉어지는 것이나 바라보았다. "난 네가 '우리'를 이해하고 있을 줄 알았어." "⋯⋯." "그래서 기대했던 거야. 너라면 내 손을 잡고 그 문 너머에 남아줄 거라고." "그런데 다 내 착각이고 내 헛된 기대였나보지." 다프네는 그렇게 덧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얼굴 옆으로 쏟아지는 검은 머리칼이 그녀의 표정을 감추었다. 억눌린 숨소리 ..

02: DaEshie

13월의 문: Adult
2024.03.04
01 이런 세상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퀴아나와 함께였다. 바깥이 전쟁과 불화로 타오르더라도, 그럼에도 그 불길에도 얼어붙은 대지가 녹을 일은 없더라도, 그것과 무관하다는 듯 꽃내음을 맡으며 함께 고립되어갔다. 나가보자고 하는 시도-그런 단어를 쓸 이유가 있냐만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쉽게 문을 드나들 수 있었고 필요한 것들이 생긴다면 나가서 사오거나 차가운 겨울향을 맡기 위해서라는 유희로 문을 열기도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교류’도 하지 않게 되었다. 절망 때문은 아니었다. 필요에 관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겨울 냄새를 맡겠다는 유희거리는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는 않았다. 유일한 미련이었던 혈연에 대한 정조차 털어버린 지금, 세상이 더 이상 어떻게 흘러가는지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관심 ..

01: Eternal Love

13월의 문: Adult
2024.03.04
사랑한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 처음 13월의 문을 발견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울음으로 얼룩진 하루에 찾아온 비이성적 평화. 불온한 시선이 오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범주 내에 있는 사람만을 안고 비현실적인 평안을 꿈꿀 수 있었던 공간. 어린 디트리히는 아리에와 함께 문 너머에 머무를 적에 완벽한 안정을 느꼈다. 그런 공간이, 찰나의 낙원에서 불온한 도피처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외로워지고 싶지 않았으나 있는 그대로 온전해지는 법은 알지 못했으므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을 고립시키기를 택한 디트리히가 꿈과 다름없는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아리에는 묵묵히 그의 곁을 지켰다. 낙관은 덧없고 절망은 이르다. 멸망이 예고된 세상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으려 애썼..

14: 첸로이 part2

13월의 문: 7th
2024.01.23
봄이 사라졌다. 세상에 북풍이 들어찼다. 계절조차 영원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왔다. 예고된 상실이었으나 충격은 덜하지 않았다. 변화의 시대는 사람을 비껴나가지 않는다. 재난은 예외를 상정하고 들어닥치지 않기에 재난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아예 무관하게 지나갈 수는 없다. 클로이 메이필드의 삶도 그렇게 변화했다. 들이닥치는 북풍으로부터 보호하겠노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가 소녀의 목을 졸랐다. 빌어먹은 사랑 덕분에, 소녀는 고립되어간다. 북풍은 몰아치고, 설산 한가운데에, 이해자를 빼앗긴 소녀는 혈혈단신으로 선다. 그래. 나는 내가 혼자라고 생각했지. 네가 내 손을 잡기 전까지는. 돌아온 학교. 졸업을 앞두고 묘하게 들뜨고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더는 영원함도 사람도 믿지 ..

14: 첸로이 part1

13월의 문: 7th
2024.01.23
애정 시간이 흘러간다. 수많은 변화가 제 앞을 지나갔다. 그 사이에는 충격을 받을만한 일도 있으며, 부정하고 싶은 일도 분명 있을 터다. 이것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잡을 수도 없는 것들이었기에, 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차마 잡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받아들일 뿐. 그가 애정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받고 싶지 않은 인정을 억지로 떠안았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다. 이 변화는 잡지 못한다. 이 세계가 나날이 마모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아첸토는 생각했다. 아첸토 에드윈의 세상은 그랬다. 이 세상의 변화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루하루 열매는 성글지 못하고, 설원을 달려 나가는 것만 같은데, 이 변화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가? 애초에 이 세계의 마지막 ..

10: 믹멜 part2

13월의 문: 7th
2024.01.23
나한테 학교 생활은 뭐였을까. 졸업을 코앞에 남겨둔 크리스마스 무도회의 밤, 멜리나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게 됐다. 언뜻 생각하기에 그건 지난 7년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몰두했던 우등생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으나, 동시에 멜리나 바코야니라는 개인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적절했다. 그에게 학교란 단지 학업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엉뚱한 감상은 대단치 않은 깨달음에서 시작했다. 프롬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물씬 들뜬 분위기를 풍기며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걸 보며, 멜리나는 문득 이렇게 애들이 신난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간 멜리나는 호그와트 재학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온갖 학교 대소사에 개의치 않고 줄기차게 자기가 갈 곳으로만 향했으니..

10: 믹멜 part1

13월의 문: 7th
2024.01.23
“가자.” “싫어.” “한 번만 가자니까.” “한 번도 싫다니까.” “왜 자꾸 튕겨?” “왜 자꾸 매달려?” “말이 안 통하네.” “누가 할 소릴.” 미홀은 혀를 차며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책에 골몰한 멜리나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 프롬까지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의 친구는 칙칙한 도서관에 처박혀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일부러 이렇게 행차해 함께 프롬에 가자고 졸라대도 멜리나는 단박에 거절하고 세계 멸망이니 뭐니, 머리 아픈 주제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요즘 호그와트 7학년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프롬 파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N.E.W.T.도 끝났고, 할 일이라곤 졸업식까지 남은 날짜나 세는 것이 전부인 예비 졸업생들에게 재학 중 단 한 번 참석..

09: 이에디

13월의 문: 7th
2024.01.23
*** “이디, 이건 어때요?” 단짝 친구의 발랄한 목소리에 돌아본 이디 그리즐의 턱이 툭 떨어졌다. ‘충격적으로 새빨간’ 벨 라인 스팽글 미니 드레스가 에드나 엘레이의 손에서 살랑거렸다. “올해 보바통 여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이라는데., 여기 왼쪽 어깨에 드레이프 보여요? 마담 드 메르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래요.” 반댓손에 든 카탈로그의 설명을 연극조로 읊는 친구의 눈가는 언제나처럼 색안경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이디는 어쩐지 그 눈이 장난기로 잔뜩 휘어진 모양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검은 드레스, 긴 검은 드레스, 우아한 검은 드레스, 아무튼 검은 드레스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람 앞에 던져진 빨간 옷감이란…. “에디, 이건 빨간색이잖아!” 하지만 제 옷 고르는 일도 제쳐두고 총총..

04: HoneyDD

13월의 문: 7th
2024.01.23
회색의 봄과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옛 명제로 기능하게 될 터다. 괜찮은 척을 아무리 해도 괜찮아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프네는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늘었고 허니밴디는 무엇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삼키는 날들이 이어졌다. 래번클로 휴게실의 감수성 넘치는 누군가는 사라지는 계절에 섪게 울었으나 다프네는 울지 않았다. 적어도 다프네와 허니밴디에게 계절은 빼앗기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학교의 모든 것들이 모두의 노력 하에 멸망과는 상관 없는 것처럼 굴러갔으나 문 너머만큼은 아니었다. 봄의 정원이 작열하는 태양빛과 함께 여름의 빛으로 물들어감을 확인했을 때 다프네와 허니밴디가 느낀 감정은 현실적인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환상일지도 몰라." 다프네는 ..

02: DaEshie

13월의 문: 7th
2024.01.23
07 야속한 시간은 탄생과 죽음의 세대를 기어코 졸업 학년까지 키워냈다. 퀴아나 랭커스터는 말했다. “호그와트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어. 우리 세계의 평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니, 전제부터 틀리지 않았니.” 반면, 에스더 엘드릿지는 말했다. “왜? 그래도 난 너랑 같이 있을 자리를 준 것만으로도 호그와트의 최선은 인정하는 편인데.” 두 사람에게 지난 날은 기회의 시간이었다. 어느 봄날 운명과 같은 만연한 봄의 ‘문’을 발견한 이후, 두 사람만의 세계를 가꾸는 데에 열중이었으니. 퀴아나는 자신뿐이었던 세계에 룸메이트인 에스더를 받아들였다. 에스더는 퀴아나의 편애를 기껍게 느꼈다.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가 균형을 이뤘다. 죽어가는 세계에 남은 계절이 둘뿐일지라도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하면 언제든 두 사람만의..

01: Eternal Love

13월의 문: 7th
2024.01.23
연회장에서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가 흘러나왔다. 그곳의 천장에는 지나온 날보다 더 많은 빛의 조각이 걸렸고, 학생들의 졸업과 다가올 프롬을 기념하는 천 장식 또한 그 화려함을 더했다. 호그와트의 하루는, 아스라이 들려오는 종말의 노래를 삼킨 채 나날이 분주해져갔다. 모두 당신들을 위한 것이라, 학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는 충분했으나 완전한 평화를 모방 할 수는 없었던 그 풍경. 축복의 대상은 더이상 크기와 고성 따위에 매료될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보았고, 알고있었다. 이따금씩 탑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상은 저 멀리 분노와 원망의 불꽃이 피어오른다는 것을. 뜨겁고도 싱그러웠던 볕의 부재가 피부에 닿았고, 폐부에 끌어 안을만한 따스한 공기는 점멸하였다는 것을. 안온함을 가장한 세계의 벽은 투명..
B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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