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디, 이건 어때요?” 단짝 친구의 발랄한 목소리에 돌아본 이디 그리즐의 턱이 툭 떨어졌다. ‘충격적으로 새빨간’ 벨 라인 스팽글 미니 드레스가 에드나 엘레이의 손에서 살랑거렸다. “올해 보바통 여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이라는데., 여기 왼쪽 어깨에 드레이프 보여요? 마담 드 메르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래요.” 반댓손에 든 카탈로그의 설명을 연극조로 읊는 친구의 눈가는 언제나처럼 색안경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이디는 어쩐지 그 눈이 장난기로 잔뜩 휘어진 모양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검은 드레스, 긴 검은 드레스, 우아한 검은 드레스, 아무튼 검은 드레스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람 앞에 던져진 빨간 옷감이란…. “에디, 이건 빨간색이잖아!” 하지만 제 옷 고르는 일도 제쳐두고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