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첸로이 part1

13월의 문: 7th
2024.01.23

애정



시간이 흘러간다. 수많은 변화가 제 앞을 지나갔다. 그 사이에는 충격을 받을만한 일도 있으며, 부정하고 싶은 일도 분명 있을 터다. 이것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잡을 수도 없는 것들이었기에, 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차마 잡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받아들일 뿐. 그가 애정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받고 싶지 않은 인정을 억지로 떠안았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다. 이 변화는 잡지 못한다. 이 세계가 나날이 마모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아첸토는 생각했다.

 

아첸토 에드윈의 세상은 그랬다. 이 세상의 변화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루하루 열매는 성글지 못하고, 설원을 달려 나가는 것만 같은데, 이 변화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가? 애초에 이 세계의 마지막 존재로서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한 생이라, 아첸토는 이 세계에 그리 희망을 품지 못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애정을 그리 갈구하고, 이 세계의 도움이 있었으나 차마 정을 붙이지 못했다. 아첸토의 애정, 그리고 그것을 헤아리는 계산은 그를 생각하게 했다. 이 세계의 변화는 더 이상 품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진정한 사랑 따위는 어디에서 찾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애정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인가. 여태껏 살아가며 그리 아껴왔었던 것인데, 정작 본인이 쟁취할 수 없다니. 수많은 회의와 잡념이 그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점차 싸늘해지는 세상 속에서 저가 바라는 애정은 찾을 수 없다고, 그리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진정한 애정을 찾아야 할까, 때로는 무책임한 생각마저 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 애정 속에서 살았으나 스스로 그 애정을 부정하는 꼴이라니. 그저 헛웃음만 자리에 맴돌았다.

 

설원이 계속 된다. 이 세계가 그렇듯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수많은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첸토 에드윈은 그저 이 세계를 바라볼 뿐이다. 당사자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니. 무언가를 잃은 듯이 구는 것도 상당히 옳지 못한 행동이 분명한데, 주변에서 따라오는 시선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음악으로 설원을 녹일 수 있나. 아니, 애정도, 음악도. 그가 사랑하는 것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할 텐데.

 

그러나 이곳에 문이 있었다. 수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서 있는 문을 바라보면, 진작에 버린 애정 또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는 건 결국 사람이 가진 안주에 불과한가. 혹은 이 문을 처음 발견 했을 때에 곁에 있는 당신 때문인 건가. 그렇게 배신 당했다고 생각한 애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은 당신인지라. 아첸토는 이 문에 유념을 다하게 되는 것도 별 수 없었다. 제 곁에 존재하는 어떤 이의 존재가, 아첸토라는 이를 아첸토로 만들어주어서.

 

그래, 도피처는 이곳에 있다. 제아무리 세상에 변화와 끝없는 겨울이 이어진다고 한들, 살아날 곳이 있다고 하던가. 우리밖에 알지 못하는 문을 보며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았다. 아첸토는 본디 그런 존재였기에. 원하지 않는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저는 저대로 살아감을 원했으니, 이곳에 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고민이 이어진다고 해도, 결론은 결국 이곳으로 존재할 터.

 

당신은 저를 저대로 봐주는 유일한 존재니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따스한 봄에 계속해서 손을 뻗어내는 일이다. 저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었으므로. 아첸토의 이기심이 이곳에서 발휘한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게 괜찮을 것만 같았다. 세상 따위는 아무렇지 않을까. 그저 이곳에서 당신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것이야말로 나는 애정을 찾은 게 아닐까?

 

“도망갈래?”

 

이윽고 저에게 건넨 한마디가 파고들어 적신다.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하나의 도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당연한 답변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아첸토의 애정을 다시 한번 찾아내 준 이인데. 그러니 자연히 미소가 나왔다. 문 속에서의 시간과 설원을 동시에 생각한다. 사실 이 문은 어쩌면 핑계일 지도 모른다. 그 핑계에 스스로 거짓말을 해서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다.

 

“설원이라도 함께라면 좋아요.”

 

철없는 한마디, 그러나 진심이 담긴 말. 그저 당신을 마음껏 애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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