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믹멜 part2

13월의 문: 7th
2024.01.23

 나한테 학교 생활은 뭐였을까.

 졸업을 코앞에 남겨둔 크리스마스 무도회의 밤, 멜리나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게 됐다. 언뜻 생각하기에 그건 지난 7년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몰두했던 우등생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으나, 동시에 멜리나 바코야니라는 개인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적절했다. 그에게 학교란 단지 학업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엉뚱한 감상은 대단치 않은 깨달음에서 시작했다. 프롬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물씬 들뜬 분위기를 풍기며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걸 보며, 멜리나는 문득 이렇게 애들이 신난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간 멜리나는 호그와트 재학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온갖 학교 대소사에 개의치 않고 줄기차게 자기가 갈 곳으로만 향했으니까. 하필이면 두 사람 눈에만 보이고 열어젖힐 수 있었던 문 너머의 도서관으로.

 멜리나는 그 도서관의 책에 파묻혀 지내는 일에 집착했다. 온갖 지식을 머릿속에 주워담아도 정작 필요한 한 문장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했다. 매 순간 종말로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니까. 한 장의 책장을 넘기고 한 줄의 글을 읽어내는 행위, 오로지 그뿐이니까……. 그러니까 했다.

 하지만 자신은 매 분 매 초 끝으로 달음박질 치는 시간을 멈추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이 순간 세상은 가을과 겨울 밖에 남겨두지 않았다는 유한함을 잊은 듯했다. 애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 입고 설렘으로 가득한 얼굴로 몰려다니면서 깔깔 소리내어 잘도 웃었다. 멸망은 남의 일인 양, 혹은 그 어떤 내일이 기다릴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인 양 찬란한 빛을 발하며 파티장 안을 누비는 소년소녀들. 그에 비해 제 아무리 말쑥하게 차려 입어도 어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는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부유물 같았다.

 “멜, 춤 출래?”

 “……어?”

 그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홀의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떨떨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그는 여상한 태도로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한 곡 추자고.”

 그러면서 정말로 프롬 파트너를 대하듯이 멜리나에게 한 쪽 손을 내밀었다. 멜리나는 곤란한듯 그의 손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출 줄 모르는데.”

 진심이었다. 원해서 프롬에 참석하게 된 건 아니라지만, 어쨌든 하기로 한 일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러니 출 줄 아는 춤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기 있는 애들은 다 출 줄 알아서 추는 줄 알아? 그냥 추는 거야, 그냥.”

 미홀의 눈짓을 따라 짝을 이뤄 춤을 추는 애들을 쳐다보자 다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비슷한 동작을 해내고 있었다. 길게 손을 뻗었다가 돌리고, 어떨 때에는 몇 걸음 나아갔다가 또 돌아오고, 멀어졌다가 이내 가까워진다. 멜리나의 눈에 그건 춤을 출 줄 아는 거였다. 정말로 춤이라고는 하나도 출 줄 모르는 자신은 그마저도 해내지 못할 게 뻔했다.

 한껏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도 여전히 멜리나가 망설이느라 내민 손을 잡지 않자, 결국 미홀은 분위기 있게 내민 손을 거두고 멜리나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야, 내 파트너가 나랑 춤을 안 추면 나는 어떡하라고?”

 그리고는 그대로 손을 끌어당겨 댄스 플로어로 걸어갔다. 그래도 영 막무가내는 아닌지 긴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은 멜리나가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멜리나는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나 진짜 출 줄 몰라!” 

 “그냥 추면 돼.”

 “어떻게 그냥 추라는 거야?”

 “그냥이라고, 그냥! ‘그냥’ 몰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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