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믹멜 part1

13월의 문: 7th
2024.01.23

“가자.”

“싫어.”

“한 번만 가자니까.”

“한 번도 싫다니까.”

“왜 자꾸 튕겨?”

“왜 자꾸 매달려?”

“말이 안 통하네.”

“누가 할 소릴.”

미홀은 혀를 차며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책에 골몰한 멜리나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 프롬까지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의 친구는 칙칙한 도서관에 처박혀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일부러 이렇게 행차해 함께 프롬에 가자고 졸라대도 멜리나는 단박에 거절하고 세계 멸망이니 뭐니, 머리 아픈 주제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요즘 호그와트 7학년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프롬 파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N.E.W.T.도 끝났고, 할 일이라곤 졸업식까지 남은 날짜나 세는 것이 전부인 예비 졸업생들에게 재학 중 단 한 번 참석할 수 있는 이벤트에 열렬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비록 이제 따뜻한 계절은 남아있지 않고, 멸망이 손에 잡힐 듯 보이게 되었더라도, 누구인들 당장 다가올 즐거운 하루를 마음껏 만끽하고 싶지 않겠는가. 오직 한 명, 멸망을 막을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린 멜리나 바코야니를 제외하고.

미홀은 책상을 쾅 짚고 멜리나가 읽던 책을 가렸다. 공부를 방해받은 멜리나가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자신에게 조금의 휴식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 채찍질하기만 하는 친구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다. 멸망이 없는 세계를 아는 사람이 우리 둘뿐인데, 나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으니 네가 다 짊어지겠다는 것까진 좋다 이거야. 하지만 프롬 파티는 일생 한 번뿐이고, 이 수많은 나날 중 하루쯤은 괜찮잖아?

“비켜.”

“이게 뭐게?”

미홀은 교복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멜리나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멜리나가 인상을 썼다.

“안 궁금해.”

“읽어나 보고 말하지 그래. 너에게 온 편지인데.”

그제야 겉봉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핀도르 여자 기숙사의 멜리나 바코야니. 멜리나에게 온 편지를 왜 미홀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생겨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발신인이 미홀의 어머니, 플린 부인이었다.

멜리나가 편지를 낚아챘다. 미홀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 얼굴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멜리나는 친구에게 핀잔을 주는 것을 편지를 읽은 후로 미루기로 했다. 적힌 내용을 전부 읽은 후, 그는 저 뻔뻔한 녀석에게 역정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너지?”

“뭐가?”

“네가 그런 거지?”

편지가 멜리나의 손에서 책상으로 툭 떨어졌다. 미홀은 능청스럽게 양팔을 벌려 보였다.

“우리 엄마가 너희 어머니랑 이야기해서 일부러 보내 주셨는데, 멜은 가차 없이 거절하고 혼자 공부나 하러 갔다고 전해 드릴까?”

“꼭 내가 가야 해?”

“그럼 너 아니면 누굴 데려가. 내가 많이 바라냐? 프롬 날 하루만 나한테 달라니까.”

“하루씩이나?”

완고하고 답답한 친구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미홀은 멜리나가 한숨짓는 것을 보고 씩 웃었다. 어차피 이제 나올 말은 어정쩡한 승낙뿐이었다.

“왜 하필 나한테 그러는 거야?”

“친구 없는 너 놀아줄 사람이 나밖에 더 있냐? 휴게실에 네 소포 가져다 두었으니까 확인해 봐. 네 방에 옮겨 두고 싶었는데, 알다시피 남학생은 여학생 기숙사에 못 올라가잖아?”

“넌 진짜…….”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더 그를 방해할 이유도 없었다. 미홀은 성큼 뒤돌아섰다. 프롬 날에도 다른 데 신경이 쏠려 무엇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이 뻔한 친구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13월의 문: 7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 첸로이 part1  (0) 2024.01.23
10: 믹멜 part2  (0) 2024.01.23
09: 이에디  (0) 2024.01.23
04: HoneyDD  (0) 2024.01.23
02: DaEshie  (0) 2024.01.23